라일락을 활용한 지역 축제나 문화 행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라일락이 피는 시기가 되면,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집니다. 그 은은하고 달큰한 향기는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열쇠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라일락을 주제로 한 지역 축제나 문화 행사도 해마다 그리운 풍경처럼 돌아오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라일락 축제는 아마 춘천의 ‘라일락 축제’일 거예요.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는 봄이 되면 라일락이 만개해요. 이곳은 대학 캠퍼스지만 개방되어 있어서 시민들도 산책하며 라일락 향을 즐기기 좋습니다. 매년 5월 초중순쯤 열리는 이 축제는 학내 동아리 공연, 플리마켓, 야외 전시 등 작고 소소한 행사들로 꾸며지는데, 이게 또 도심 속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조금 특별한 분위기의 ‘라일락 가든 음악회’가 열리곤 해요. 정확히는 큰 축제라기보다는 소규모 정원에서 진행되는 문화 행사인데요,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는 정원 한편에서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으며 음악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이 조합이, 생각보다 꽤나 깊은 위로가 되더라고요.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캐나다의 퀘벡 주에 있는 몽리알에서는 매년 5월 ‘라일락 축제(Fête des Lilas)’가 열립니다. 이곳은 라일락 품종만 수백 가지가 넘을 정도로 라일락의 천국 같은 공간인데요, 시민들이 함께 걷고, 와인과 음식을 나누고, 아이들과 공예 체험을 하는 그런 여유로운 분위기의 동네 축제입니다. 한국의 라일락 축제와는 또 다른 결이 있죠.
사실 라일락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문화이자 감성이 되는 꽃 같아요. 요란하게 꾸미지 않아도, 그 시기에 맞춰 조용히 사람들이 모이고, 향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
라일락을 테마로 한 행사는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히려 그런 소박함이 이 꽃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